선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며 차 회장에게 예의를 차려 인사를 했다.
그가 순식간에 비서실장으로 태도를 갖추자 차 회장은 혹시나 이게 꿈일까 선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선우야."
그래서 주 실장이 아닌 그의 이름을 불러 세웠다.
선우가 천천히 뒤로 돌아 차 회장은 무슨 말을 할까 입술을 조심스레 달싹였다.
하지만 이내 하고 싶은 말을 접어두고, 회장으로서 기대하는 말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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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눈부심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함 좋아서 까무러칠 것 같은 어쨌든 좋아서 죽겠음
해 뜨는 것이 황홀이고 해 지는 것이 황홀이고 새 우는 것 꽃 피는 것 황홀이고 강물이 꼬리를 흔들며 바다에 이르는 것 황홀이다
그렇지, 무엇보다 바다 울렁임, 일파만파, 그곳의 노을, 바져 죽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황홀이다.
아니다, 내 앞에 웃고 있는 네가 황홀, 황홀의 극치다.
도대체 너는 어디서 온 거냐? 어떻게 온 거냐? 왜 온 거냐? 천 년 전 약속이나 이루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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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우가 차 회장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마음에 들었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했던 주선우가 아 니라 악의를 가지고 있더라도 상대방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그는 더욱 기대를 걸어볼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제가 원하는 복수를 이뤄내는 것.
그것만이 차 회장의 죄책감을 덜어줄 수 있고, 철저히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지름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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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다 알고 있는 현 사장은 제 아들을 도우려고 꽤나 애를 썼었는데 이제 와서 다시 그놈이 나타나 버린 것이었다.
"도하가 그렇게 우는 거 처음 봤어."
"민호야."
"가족이 되면 다 될 줄 알았어요. 내가 도하 남편이 되면 주선우쯤은 금방 잊게 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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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처럼 다정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꾹꾹 눌러왔던 감정이 불쑥 튀어나왔다.
'전무님'이라고 꼬박꼬박 지칭하던 말을 치우고, 도하의 이름까지 똑똑히 들먹이며 3년이란
시간을 묵혀둔 말을 꺼내놓은 선우.
도하의 말대로 죽으라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했던 사람이었다.
"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몬 회장님을 원망하는 마음이... 그 사람에게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떠났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는 그 사람을 위해서 모든 선택을 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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